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쫒기는 조조, 진궁과의 만남

lifetodesigner 2022. 4. 18. 13:05

진궁과의 만남

 

동탁을 칠성검으로 죽이려다가 들킬뻔한 조조는 동탁이 내어준 말을 타고 도망 가는중이다. 동탁에게서 받은 말은 생각만큼 빠르지 않았다. 조조는 동탁을 없애려던 속셈이 들킨 줄 모르고 무심히 가다가 중모현에서 이내 잡혀 현령에게 끌려갔다. “저는 떠돌이 장사치입니다. 어찌 저를 죄인 다루듯 하십니까?" 조조는 시치미를 뗐다.

 

“어디서 거짓말을 하느냐! 당장 너를 승상께 바쳐야겠다.” 현령 진궁은 조조를 곧장 감옥에 가두었다. 조조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이렇게 쉽게 잡힐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그날 밤, 진궁이 조조를 찾아와 물었다. “동탁을 계속 잘 모셨으면 출셋길이 훤히 열렸을 텐데 왜 그를 죽이려고 했는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나를 동탁에게 넘겨 당신이나 출세하시오!"

 

조조가 비웃듯이 말했다. "그럴 생각은 없소. 나도 뜻한 바가 있는 사람이오. 황실을 걱정해서 동 탁을 없애려던 당신의 충성스러움에 감동했소. 그런데 도망가서 어떻게할 생각이오?” 조조가 가만히 살펴보니 떠보려고 하는 말은 아닌 듯했다. 조조는 조심스레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았다.“먼저 고향으로 가서 뜻을 같이하는 군사들을 모은 다음 동탁을 무찌르고 황실을 바로 세울 생각이오.”

 

"그렇다면 나도 벼슬을 버리고 당신을 따르겠소." 진궁은 서둘러 조조를 풀어 주고 함께 길을 떠났다. 둘은 며칠을 쉬지 않고 달렸다. 해가 질 무렵, 조조가 한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쪽에 여백사라는 분이 살고 있소. 내게는 아버지와 같은 분이니 그곳에서 하룻밤 묵어가는 게 어떻겠소?”

 

여백사의 죽음

 

진궁이 찬성하자 두 사람은 여백사의 집으로 향했다. 조조는 여백사를 만나자마자 그간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오늘 밤 편히 묵으면서 피로를 풀고 가게나. 내 금방 나가서 좋은 술을 구해 올 테니 잠시만 기다리게.” 그 말이 의심스럽게 들렸다. 그런 데 조조를 아들처럼 생각한 여백사의 배려였지만, 쫓기는 조조의 눈에는 의심스럽게 들렸다.

 

그런데다가 여백사의 가족이 뒤뜰에서 칼을 갈자 조조는 자신을 노린 것이라고 생각한 나머지, 앞뒤 가리지 않고 여백사의 가족을 모조리 죽이고 말았다. 조조와 진궁은 여백사가 돌아오기 전에 서둘러 집을 나서, 얼마 가지 않아 술을 들고 오는 여백사와 마주쳤다.  "조카와 현령은 어디를 급히 가시는가? 내 이미 집사람에게 돼지를, 으라고 일러두었네. 이렇게 좋은 술도 사 왔으니 바쁘더라도 하룻밤 묵고 가게.”

 

'아뿔싸! 그럼 그 칼은 돼지를 잡으려고..........’ 조조는 그제야 자신이 오해를 했음을 깨달았다. “쫓기는 몸이 한곳에 오래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어서 가시지요.” 진궁이 여백사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한 채 머뭇거렸다. 그때 갑자기 조조가 칼을 뽑더니 여백사의 목을 내리쳤다.

 

노인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숨을 거두고 말았다. “왜 죄 없는 사람들을 무참히 죽이시오!” | 진궁이 조조에게 따지듯이 말했다. “우리가 이대로 가면 저 노인이 가족이 죽은 걸 보고 관아에 고할 것이 아니오. 그럼 나는 세상에 쓰이기도 전에 버려질 거요. 내가 세상을 저버 릴지언정 세상이 나를 저버리게 할 수는 없는 일이오.”

 

조조가 차갑게 대답했다. 진궁은 조조의 사람됨에 크게 실망해 조용히 말을 돌려 조조 곁을 떠났다. 조조는 가족 같은 여백사의 죽음이 안타까웠지만, 자신이 품은 큰 뜻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또다시 홀로 고향인 연주 땅 진류 로 향했다.